2019 한중 해커톤 후기
지난 8월 23일부터 28일까지 나는 중국 항주와 닝보 지역을 다녀왔다.
2019 한중 해커톤 및 중국 연수 프로그램에 참가하기 위해서였다.
이번 기회는 지난 6월 해커톤 오픈핵에서 좋은 결과를 얻어서 부상으로 얻게 되었다. 다행히도 우리팀 5명 모두 중국에 갈 수 있었다. 중국 가기 전에도 오프라인으로 만나고, 화상 회의도 했는데 결국 아이디어도 그대로 가져 가고 이를 발전시키는 방향으로 하기로 결정했다.
개인적으로 중국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중학교 때 가족여행을 간 이후로 12년 만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출국 직전에 살짝 긴장감이 느껴지기도 했다. 사전에 준비를 어느정도 하기는 했지만, 해외에서 하는 해커톤은 처음 나가보는 거라 초조한 마음도 있었다.
8월 23일 나를 포함한 스무 명의 참가자들은 인천공항에 모였다. 여권과 단체비자, 일정표, 명찰, 도시락 와이파이, 모자 등등을 받고 우리는 출국 준비를 했다. 인천공항 면세점에서 이어폰을 사려고 돌아다녔는데 맘에 드는 모델이 없었다. 아시아나를 타고 갔고 비행시간은 2시간 정도였다. 기내식이 상당히 맛있었다. 가는 동안 빌리 엘리어트(2001)라는 영화를 봤는데 너무 감동적이어서 눈물이 날 뻔 했다.
항주 공항에 도착했다. 단체비자라 입국하는데 시간이 조금 걸렸다. 오랜만에 찾는 중국은 분위기가 오묘했다. 심사를 마치고 나가니 날씨가 무척 덥고 습했다.(8월 항주 낮기온 36~38도) 우리는 바로 버스를 타고 해커톤이 열리는 닝보 지역으로 2시간 정도 달렸다. 가는 길에 중국 가이드 분께서 이 지역은 40도가 넘으면 휴무를 해야 해서 기상청이 아무리 더워도 38~39도로 발표한다고 했는데, 진짜 중국에 있는 내내 40도 정도 된다고 느낄정도로 더웠다.
닝보는 굉장히 깔끔한 도시였다. 우리가 간 날은 비가 와서 도로에 물이 넘치긴 했지만.. 나는 처음 방문한 느낌이 한국의 판교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새로 지은 건물 많고, IT 회사 많고, 공원이랑 호수도 많이 있었다. 아무튼 첫 날 우리는 숙소로 갔고 짐 풀고 저녁을 먹은 뒤에 팀별로 기획회의를 짧게 하고 다음날 대회를 위해 일찍 잠들었다.
음식에 대해서 짧게 이야기를 하자면, 호텔에서 저녁을 먹었는데 태어나서 한 번도 보지 못 한 독특한 음식이 절반 정도 되었다. 그리고 시원한 물도 없고 전반적으로 음식이 짜고 달아서 나는 되게 별로였다. 하지만 중국에 계속 있으면서 음식은 점점 입에 맞기 시작했다. 음식이 좋아진건지, 내가 중국에 적응한건지는 잘 모르겠다 ㅎㅎ
둘째날 아침, 일찍 기상을 해서 아침을 먹고 로비에 모였다. 해커톤은 1박 2일정도 진행되었고 순수 개발 시간은 약 30시간 정도 주었다. 본격적인 대회 전에 개회식(?)은 정말 좋은 호텔의 대강당을 빌려서 진행했다. 동시통역을 제공해 주기는 했는데 IT 관련된 내용에 대해서는 통역이 솔직히 너무 엉망이어서 제대로 알아듣지는 못했다. 알리바바와 화웨이 등에서 나와서 회사 소개도 해 주고 중국 고위 관계자(?) 분들도 나와서 인사말을 해 주셨는데 대부분 알아듣지 못했다 ㅠ
오프닝 세레모니를 마치고 본격적인 개발을 하는 장소로 이동하니 점심이었다. 이날 점심부터 다음날 점심까지 4끼는 도시락으로 먹었다. 도시락은 괜찮은 경우도 있었고, 반도 못 먹고 버릴 정도로 맛없는 경우도 있었고 복불복이었다. 그리고 밤에 야식이 나오고 아침에 콩물(?) 같은 음식이 나왔으며 중간중간 간식들도 있었다. 나는 거의 물만 계속 먹었던 것 같다.
우리 팀은 어느정도 기획을 전날 저녁에 마무리 한 상태에서 해커톤을 시작했다. 우리 서비스 이름은 알고리더(Algoreader)이고, 백준 알고리즘 문제풀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버블 형태 문제 지도를 보여준 뒤에 AI 기반 문제 추천을 해주는 서비스이다. 따로 기획을 더 하지 않고 각자 파트를 맡아서 개발을 시작했다. 나는 웹 프론트엔드 개발을 맡았고 vue.js를 썼으며 anime.js 라는모션그래픽 라이브러리도 시도해 보았다. 나머지 팀원들은 백엔드 한 명, 머신러닝 엔지니어 두 명, 그리고 UI/UX 디자이너 한 명 이었다.
개발하고.. 회의하고.. 밥 먹고.. 개발하고.. 회의하고.. 개발하고 중간에 바람 한 번 쐬러 나갔다가 다시 개발하고.. 야식 먹고 뭐 이런식으로 이틀동안 보냈다. 딱히 쓸 말이 별로 없다. 대회 기간동안 중간중간 구글이 접속이 안 되어서 팀원 Wifi 빌리고 VPN 바꾸느라 몇 번 귀찮았는데 그 점 말고는 크게 어려운 점은 없었다. 개발적인 면에서 막히는 순간들도 여러차례 있었는데, 왠만한 수준은 구글링으로 해결이 가능했고 대회 전체 기간동안 5~6번 정도 개발 멘토님께 질문을 드리는 방식으로 해결했던 것 같다.
중국 참가자들하고 네트워킹을 많이 못 한 점은 아쉬웠다. 중국 팀과 한국 팀의 가장 큰 차이점은 그들은 주로 H/W쪽을 하고 우리는 주로 S/W쪽을 한다는 점이었다. 중국 팀들은 되게 신기한 제품들을 많이 들고 나왔다. 대신 완성도는 많이 떨어졌다. 수준은 그렇게 높지는 않았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한국이 최고다!
해커톤 기간동안 인터뷰를 세 번 했다. 한 번은 중국 대회 관계자측하고, 또 한 번은 한국쪽 관계자하고, 마지막으로 한 번은 절강성 언론사하고 했다. 인터뷰를 짧은 시간동안 여러 차례 하다 보니 말하는 투가 인터뷰스러워 졌다는 이야기를 몇 번 들었다. 계속 하다보니 조금 부담이 되기도 했지만, 이렇게 인터뷰를 해 보는 경험 자체는 정말 좋았다. ㅎㅎ
나는 새벽 5시 정도까지 개발하다가 한 2시간 정도 눈을 붙였고, 나머지 팀원들도 그 이후에 번갈아가면서 조금씩 잤다. 오픈핵 때는 밤 샜는데 이번에는 너무 졸렸다. 그 사이에 늙었나보다. 암튼 나는 자고 일어나서 또 열코딩 했다. 막히는 부분이 몇 번 있었지만 멘토님께서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셔서 다 해결할 수 있었다. 멘토님 없었으면 완성 못 했을 것 같다.
anime.js는 마지막에 결국 사용을 할 수 있게 되었다. 6월 오픈핵 때 모션을 못 넣어서 아쉬웠는데, 이번에 소원을 풀었다! 다만 서버와의 연동하는 부분에서 데이터를 가져오는 건 되는데 비동기 함수 처리를 제대로 구현해 주지 못했다. 이 부분은 대회 기간 내에는 구현하지 못했지만, 나중에 꼭 다시 건드려 봐야 겠다.
오후 3시 정도까지 개발을 마무리 했고 그 이후에는 발표 준비를 했다. 다행히도 우리 발표순서가 뒷편이어서 발표 준비할 시간이 좀 있었다. 거의 30개 가까운 팀이 나왔고 팀당 발표를 5분씩 했는데 사실상 시간 오버한 팀들이 대부분이었고, 질의응답까지 하니 한 팀당 10분씩은 잡아먹은 것 같다. 그래서 발표도 다 합쳐서 거의 4시간정도 걸렸다. 나는 21번째로 발표를 했고 알고리더에서 AI 기반 추천 기능에 대한 설명 부분에 집중을 많이 했다. 데모를 보였는데 해상도가 차이가 나서 좀 망가진 점은 너무 아쉬웠다. 이렇게 하나씩 배우는 것 같다. 진짜 오랜만에 영어 발표를 했는데 나도 모르게 조금 긴장한 것 같다. 그래도 큰 실수 없이 발표를 마쳤다.
오랫동안 기다린 끝에 결과 발표가 있었다. 우리팀은 3등상(Third Place)을 받았다. 1등상 한 팀, 2등상 두 팀, 3등상 세 팀 이렇게 주는 것 같았다. 부상으로 아이패드랑 샤오미 스마트폰을 받았다. ㅎㅎ 결과에 상관없이 팀원들 다들 너무 고생이 많아서 고맙고 또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관계자 분 한 분이 우스갯 소리로 1등상은 사실상 중국팀이 받는 거고 2등상 받은 팀은 팀원 한 명이 개회식 때 인사해서 그런거라는 이야기를 해 주셨는데, 순위에 상관없이 한국에서 대표로 뽑힌 20명은 다들 실력있고 대단한 학생들이라고 생각을 한다.
해커톤이 끝나고 넷째 날 부터는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 측에서 짠 일정대로 움직였다. 순서대로 화웨이 오픈랩(본사 X), 닝보 대학교(컴퓨터학과 X), 서호 이렇게 움직였다. 화웨이랑 닝보대학교는 조금 커뮤니케이션이 원할하지 못해서 일정이 만족스럽지는 않았다.
서호 가기 전에 대한민국임시정부 항주유적지기념관을 지나쳤는데 늦게 가서 들어갈 수는 없었다. 이 점이 상당히 아쉬웠다. 서호는 좋았다. 조금 습하긴 했지만 예뻤다. 대신 사람이랑 벌레 너무 많음 ㅠㅠ 시간이 좀 더 주어졌으면 좋았을 뻔 했다. 점심은 중국식, 저녁은 한식을 먹었는데 넷째날 이후로 밥은 항상 정말 맛있었던 것 같다.
숙소는 르 메르디앙 항저우 호텔에서 머물렀다. 최고였다. 살면서 이렇게 좋은 호텔 와 본 적이 몇 번 없는데 너무 좋았다. 헬스장도 좋고 조식도 맛있었다. 객실도 깔끔하고 쾌적했다. 숙소에서 같이 간 사람들하고 늦게까지 많은 이야기를 했다.
다섯째 날은 위닥터라는 인공지능 헬스케어 스타트업을 방문했는데 꽤 유익했다. 한국에서는 여러가지 규제 때문에 할 수 없는 사업을 중국에서는 하고 있었다. 우리나라도 도서산간 지역에서 의료 혜택을 받기 힘든 계층의 분들에게는 정말 필요할 수도 있는 서비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한의학을 IT기술과 접목시켜서 사업으로 풀어냈다는 점도 배울 점이 많았다.
항주로 다시 돌아와서 문화거리를 좀 걸었고(우리나라 인사동과 상당히 유사), 그 다음에 한인 개발자 간담회를 가졌다. 중국에서 일하고 계신 두 게임 프로듀서 분들의 이야기를 듣고, 인생 조언을 많이 해주셔서 감사하게 받았다. 확실히 해외에서 일하시는 분들 중에는 생각이 깨어 있는 분들이 참 많이 계신 것 같다.
저녁에 호텔에 있는 바를 갔다. 라임 마가리타를 마셨는데 나쁘지 않았다. 너무 피곤해서 바가 문 닫는 시간에 맞춰서 들어가 잠들었다. 마지막 날인데 더 놀다 잤어야 하는데 조금 아쉬웠다. ㅠㅠ
마지막 날 아침에 헬스장에서 운동을 하고, 아침을 먹고, 체크아웃을 했다. 출국 전에 샤오미 매장에 들었는데 한국보다 샤오미 제품을 훨씬 싸게 팔더라. 스탠드와 미밴드4를 구매했다. 여기서 남은 현금을 모두 탕진했다.
점심을 먹으면서 연수 기간동안 이야기를 많이 하지 못했던 분들하고 이야기를 했다. 대단한 사람들이 참 많은 것 같다. 이번 연수 기간동안 일정도 많았고 프로그램도 유익했지만, 가장 남는 건 여기서 만난 사람들이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다들 정말 실력 있고 인성 좋은 사람들만 온 것 같았다. 많은 것을 배우고 떠나게 되었다.